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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rigjwwe9r0ys_peoplenews:bbsContents 알타반 박사와 가스펠
여러분은 알타반 박사를 아시나요?
아기예수께서 탄생하신 밤, 그 어린 예수를 경배하러
동방으로부터 온 세 명의 박사중 한 사람입니다.
왜 이름이 알타반이냐구요? 그건 저두 모르죠,
정말 이름이 알타반이었는지, 후세에 누가 붙여준
이름인지는...
중요한 것은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주일학교에서
성탄절 성극을 했는데 그 연극의 제목이 바로
'알타반 박사'였고 제가 바로 그 박사역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아마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마지막 장면이 알타반 박사가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기왓장에 깔려 순교하는 것로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글을 쓰노라니 마지막 대사도
생각납니다. 무너지는 기왓장 속에서 이렇게 외쳤던
걸로 기억됩니다.
'오 주여, 저를 도우소서...!'
우리들의 성탄연극을 지도하셨던 선생님은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우리동네 분위기하곤 사뭇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중년 여자집사님 이셨습니다.
얼굴도 미인이셨고 말안듣던 개구장이 우리들에게
연극지도를 하시면서도 참 자상한 표정으로 대하곤
하셨습니다.
나랑 동갑이었던 아들 이름은 병옥이였고 그 밑으로
4학년짜리 병주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엄마를
닮아서 퍽 예뻤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성탄연극이 펼쳐지던 밤은 동네 잔치나 다름없어서
평소 교회 나오지 않던 마을 분들도 무슨 연극을
한다니까 모두 나오셔서 구경을 하시곤 했습니다.
아버지 고향 형님뻘 이셨던, 그래서 말 끝에 꼭
평안도 사투리를 다셨던 자전거포 한씨 아저씨,
사진관하시던 내 친구 동렬이 아버지,
내가 다니던 합기도장 관장님, 이 분은 쫌 설명을
드려야 하겠네요, 왜냐믄 당시 저의 우상이었으니까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이 분은 부업으로
전국을 떠돌며 차력시범을 보이며 기생충 약을 팔곤
하셨는데 당시 저는 중국영화를 너무 많이 본 관계로
길에서 관장님을 만나면 깍듯이 중원의 예를 갖춰
사람들이 보건 말건 무림식으로 주먹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목례를 하곤 했는데 그럴 때 마다 관장님은
씩 웃으며 제 머리를 쓰다듬곤 하셨습니다.
암튼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연극을 보았는데 마지막에
정말 우뢰와 같은 큰 박수소리에 제 자신도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극이 끝나면 이미 저는 제법 마을의 '스타'로 자리
매김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저를 알아보시곤
속닥거리기도하고 또 어떤 경우는 직접 '너 그 때
정말 잘하더라'하는 칭찬도 해 주시곤 했는데 그럴
때 마다 속으로 얼마나 좋았던지 정말이지 유명인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얼마 전 공연한 뮤지컬 가스펠은 제 유년시절 꿈의
재현이기도 합니다. 너무 긴장되고 많은 힘을 쏟아서
그런지 마치 다시는 어떤 공연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번 뮤지컬을 통하여 느낀 점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칭찬이나 격려도 기쁘고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보다 가장 큰 기쁨은 하나님께서
가스펠을 통하여 큰 영광을 거두셨다는 것이지요.
3개월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많은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천차만별, 기상천외, 각양각색의 10명의
배우와 또 열 명의 스탭을 통제하면서 과연 나 자신의
인내력과 자제력은 어디까지인가를 자문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중간에 '내가 이걸 왜 하자고 했을까...'하는
스스로를 향한 비난과 자책을 퍼 부을 때도
많았습니다.
배우들도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연기, 사람 앞에 서야한다는
중압감, 외어지지 않는 대사, 춤 앞에 따라주지
않는 자신의 몸을 보며 많은 자학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저희들은 해냈습니다.
저는 드러난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그래서 목적지향이 아닌 관계지향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물일수록 그 맛이 달듯이
가스펠의 여정 또한 힘들고 고단했지만 우리는 최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급하고 강한 바람 같았던' 성탄을 보낸 후 이제야
한 숨 돌리고 그 동안 함께 한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들의 수고와 헌신이 예손교회를 더욱 아름답게 했으며
그들이 있는 한 예손교회의 앞날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모쪼록 올 한해,
연기자 한분 한분이 스스로 연기한 가스펠의 주인공같은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스탭 한분 한분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졌던
아리마대사람 요셉같은 삶을 살기를 소망합니다.
보신 분 한분 한분이 주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허다한 증인들처럼 살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하는 갈 길 먼 목사가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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