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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rigjwwe9r0ys_peoplenews:bbsContents 문권익,조성임선교사 12월 기도편지www.m1000.org/hereistand * e-mail : konic11@hanmail.net
동분서주한 기억밖에는 없는 듯한데 벌써 한해를 마감하는 기도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김용덕 목사님과 예손교회 성도님들께 문안드립니다. 저희 가정을 향한 한결 같은 기도와 사랑에 감사드리며 저희 선교사 가정의 삶과 사역을 편지로 보냅니다.
* 선교사 삶의 자리
1.새생명 강준 태어나다…지난 9월 4일 저희 가정에 자연증가로 신자 한명이 늘었습니다. 지난 2년간 저희 가정에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돌이켜보니 강준이의 태어남이야말로 가장 큰일이며 축복이 아닌가 합니다. 강준이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새삼 가늠하게 되니 축복도 이런 축복이 없습니다.
2.견습기간의 종료…올해로 파송 이후 2년간의 견습기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보고 배우고 따라하는’ 기간은 마치고 이제 보다 무거운 책임과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사역에 임해야하는 초임선교사가 되었습니다. 마치 어릴적에 가슴에 달았던 젖은 콧수건 떼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어디 배우는 일에 끝이 있던가요, 마치 동굴안으로 점입漸入할수록 펼쳐지는 가경佳境처럼 앞으로의 삶 속에 역사하실 하나님의 일들이 더욱 기대되고 사모됩니다.
3.이사…그동안 사역지까지 얼추 2시간은 걸려서 불편했는데 이제 아예 사역지로 들어오게 들어왔습니다. 마닐라에서는 차로 5시간 정도 떨어진 이바IBA라는 시골마을입니다. 처음에는 주변의 자연경관이 너무 좋아서 어린이처럼 좋아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도마뱀, 개미, 지네, 급기야 뱀까지 들어오는 바람에 박넝쿨 하나로 변덕을 부렸던 요나처럼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나름대로 조취를 취해서 침입자(?)들이 전보다 현저히 줄은 상태입니다.
*바뀐주소 / Rev. Moon, Kwon Yik. Unit 4, Lot 8, Blk 8, st Joshep Homesville Subdivision, Palanginan Iba Zambales, Philippines *전화 / 001-63-929-374-1002(문선교사), 001-63-929-374-0939(조선교사)
* 선교사 사역의 자리
파송때부터 청소년전문사역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늘 그 문제로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합당한 사역처소를 보여주셨습니다. 모두 두 곳인데 그 중 한 곳을 택해야 합니다. 한 곳은 이바IBA시내에 위치한 대학교 앞의 대지 300평 정도의 땅이고 또 한 곳은 대학 바로 옆에 위치한 고등학교 안의 비어있는 2층 건물입니다. 대학교 앞의 땅은 여러면에서 사역을 용이하게 펼칠 수 있는 곳이기는 하나 땅주인이 저희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하고 저희는 저희대로 요구가격의 절반 정도만 제시하는 바람에 현재 협상중입니다.
그런가하면 고등학교 안의 비어있는 2층짜리 단독건물도 매우 유용한 곳입니다. 상대적으로 대학생들보다 순박하고 때가 덜탄 고등학생들을 타겟그룹으로 삼는 것도 매우 의미있고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느곳이 되더라도 저희는 이 지역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예수그리스도의 말씀 앞에 전인격이 순복하는 제자로 거듭나도록 섬길 계획입니다. 사전조사, 지역연구,현지인과의 협상등 모든 과정이 우리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희 가정의 기도제목입니다
1.온가족이 날마다 말씀보고 기도하여서 예수님의 성품을 나타내도록
2.현지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도록
3 신실한 현지인 동역자를 잘 만나서 사역의 귀한 협력을 이루도록
4.내년 초, 청소년교회 및 문화센터를 시작할 계획인데 이 과정이 주님의 인도하심속에 있도록
깡통캐롤을 아시나요…?
어제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족과 함께 쉬고 있는데 난데없이 집밖에서 성탄캐롤이 들려왔습니다. 밖에 나가보니 어디서 왔는지 동네꼬맹이들 한 무리가 손에 손에 깡통을 두들기며 열심히 캐롤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음정,박자 다 집어치운 캐롤도 듣기가 거북(?)했지만 반주랍시고 두들기는 깡통소리는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일이’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 필리핀은 성탄시즌이 되면 한국의 새벽송처럼 교인들 가정을 집집마다 다니며 캐롤을 부르고 돈을 조금씩 받아갑니다. 동네 철부지들이 이 황금대목을 놓칠리가 없습니다. 무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제법 대장처럼 머리 굵어 보이는 녀석이 있기에 그 녀석에게 대표로 얼마를 줄까 하다가 인상이 웬지 좀 그래서 일일이 직접 유통과정을 생략한 채 동전을 한손 한손에 쥐어주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같은 시간에 또 웬 꼬맹이들이 와서 캐롤을 부르는 것입니다.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푼 주어서 보내야 겠다는 심산으로 현관을 열고 보니 녀석들은 어제의 그 깡통그룹이었습니다. 얼핏보아도 70%는 그대로고 한 30%는 멤버가 바뀐 걸로 보아 아마 돈 잘 주는 외국인 인줄 알고 다른 친구들을 데려온 모양이었습니다. 어제의 그 대장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대장녀석은 내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까봐 구석에서 얼굴을 푹 숙이고 없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참 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짐짓 단호하게 ‘어제 이미 주었으므로 한번이면 족하다, 그러니 오늘은 없다’ 하며 다소 차가운 투로 말하며 돌려보냈습니다. 녀석들은 녀석들대로 그리고 나는 나대로 돌아서는데 순간 얼간이처럼 속지 않은 제자신에게 흐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씩 웃으며 녀석들의 뒷모습을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의기양양한 나의 모습과는 달리 모두가 축쳐진 어깨로 힘없이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현관문을 닫고 아내 조선교사에게 무용담처럼 어둠속에서도 속지 않은 나의 눈썰미와 기지를 슬그머니 자랑하는데 웬지 마음 한켠이 개운치를 않았습니다. 녀석들의 왜소하고 초라한 뒷모습이 자꾸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모르는 척 하고 한번 더 속아줄 것을 그랬나’ 하는 후회 비스므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꼬맹이들이 거듭 찾아온 사실이 잘못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저 그들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엄청난 내공으로 칠흙 같은 어둠조차 꿰뚫는 어른의 예리한 눈초리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뛰어 나가서 다문 얼마씩이라도 쥐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어설픈 의지의 번복은 선교사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줄 지도 모른다는 본인도 납득키 어려운 행동지침에 그만 사그라 들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참 많이 속고도 살고 속이고도 삽니다. 그래도 속이는 악덕보다야 속아 주는 미덕이 낫다 하겠습니다. 그 미덕의 인물 가운데 예수님이야말로 최고가 아닌가 합니다. 인간들의 생각을 훤히 다 아시면서도 그저 받아주고 속아주고…그런분이 우리 주님이셨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이나 자신을 부인 할 베드로의 됨됨이를 훤히 아시면서도 천국을 풀 열쇠를 흔쾌히 맡기셨던 주님, 자신을 은전 서른 냥에 팔아버릴 유다의 계획을 이미 다 아시면서도 끝내 그의 입맞춤을 거절치 않으시고 피의 길을 걸어가신 그 주님...만일 예수님이 인간들에게 속아주지 않으셨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네 부박한 삶은 속이려는 긴장과 속지 않으려는 긴장사이에서 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며 삽니다. 어떤 이는 물건 살 때 장삿꾼에게 속고 어떤이는 차고 넘치는 중국산 김치에 속았다하고 또 어떤이는 신기루 같은 로또복권에 속에 심지어 당신만을 사랑하겠노라던 배우자에게 속기도 합니다. 그러니 스트레스는 또 얼마나 주거니 받거니하며 살까요. 속아서 사람들에게 바보가 될 지언정, 하나님께 인정받는 길이라면 속아주는 미덕도 마다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성탄, 거리를 밝히는 그 어떤 성탄트리의 불빛보다 깡통캐롤을 들려 주던 철부지들의 반짝이던 눈빛이 나의 마음을 더욱 환히 밝힙니다. 바라기는 후원자님의 마음속에도 크리스마스의 주인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의 빛, 사랑의 빛이 가득한 성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한 번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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